​

1학기 기말고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서 여름방학 기간동안 효과적인 수학공부를 시키기 위해 내원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원래 학원가에서는 여름방학 시즌을 전통적인 비수기로 보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속적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것일 뿐, 비수기와 성수기를 구분할 정도로 시기적인 편차는 그리 크지 않는 것 같다. 우리 학원은 <학생 선발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 그런지 계절적 요인에 따른 부침이 거의 없는 편이다.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교육 시장의 침체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요즘 신규생 상담을 하다보면 수포자인 제자님들과 그들의 학부모님들께서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우리 학원이 수포자 학원이었다는 옛기억(?)을 가지고 오시거나, 최근 tvn곽승준의 쿨까당에 '수포자 전문강사'로 소개되면서 수포자인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2013년 11월, '수포자전문학원'이란 기이한(?)형태로 수학학원으로 시작하면서 시험점수 70점 미만인 제자님들만 골라서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학부모님들께서 상담을 위해 내원하실때, 내가 가장 처음 던져야 했던 질문은 ​"우리 제자님의 학교 시험 점수가 대략 몇 점 정도이지요?"였다.

"90점 정도이고, 간혹 100점을 받을 때도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면  "죄송합니다. 저희는 <수포자전문학원>이라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정중히 사양하곤 했다.

물론 이런 설립 취지를 이해해 주시면서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고 가시는 분들이 많으셨지만, '뭐 이런 학원이 다있어? 웃기고 있네.'라는 표정으로 황당해 하면서 뒤돌아 가시는 분들도 제법 있었다.

 

다들 주위에서 말렸다.

"학원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골라 받아야 그 아이들을 보고 따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지역에서 공부 잘한다는 아이 부모들의 자존심을 잘못 건드리면 1년 안에 학원 문을 닫을지도 몰라." 라고 충고하시는 분들 뿐이었다.

 

사실 부천 상동 지역은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무척 높고, 그렇다보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자사고,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런 지역에 와서 '수포자학원'을 열었으니 당연히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것을 떠올려보니 웃음만 나온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학적인 감각을 다 갖추고 있는, 실력이 다듬어진 학생'을 받기보다는 '투박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이지만, 열심히 가르쳐서 화려하게 빛나는 학생들로 만들어 보겠다는 무모한(?)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그러한 선택을 했던거였다.

'내 인생에 언제 이런 도전을 해보겠냐'    '1년 안에 학원 망하면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촬영하면 되는거지 뭐.'

이런 오기로 투박한 원석(?)들만 골라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당시와는 정반대 상황이 되어, 오히려 이로인해 손가락질 받고 원망의 소리를 한 몸에 떠안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 제자님들이 2~3년 정도의 시간을 거치면서 거의 대부분 최상위권이 되었기에, 그에 못미치는 제자님들은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포자인 제자님들이 찾아와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는 안타까운 바램을 전할 때마다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정도의 미안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모든 학생들을 받을 수는 없다. 신규생이 재원생들과 수준 차이가 많이 나면 서로 불편해하고 모두에게 아무런 성과를 안겨주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어야 하고 기존의 학급에 잘 적응해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학생이어야만 우리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

 

오늘도 수포자 자녀를 둔 어느 예비중 학부모님의 '하소연'을 한 시간 넘게 접하면서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헛걸음 하시게 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들어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다. 그 어머님 말씀으로는 이런 저런 학원을 많이 다니고 공부도 많이 시켰는데 오히려 수학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이나 실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저 유명한 학원,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학원을 무작정 따라 다니는 것은 수학실력을 높이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수포자들과 상담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로 이런 학원은 피하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

 

1. 일대일 맞춤 학원의 함정

​

"우리 아이는 1:1과외식으로 운영되는 학원을 다녔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았어요"

​

도대체 1:1의 의미가 뭘까? 정해진 시간동안 한 선생님이 오로지 한 학생만 바라봐주는 학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주 고액의 수강료를 받는 학원이 아닌 이상 '1:1과외식 학원'이라는 표현에는 매우 큰 함정이 있다고 본다. 학원 업계에서 말하는 '1:1맞춤 수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학년이 다르고, 실력도 다른 다수의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 놓고, 한 명의 선생님이 1:1로 약간의 개념과 문제 설명을 해주고, 나머지 문제는 스스로 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 학생이 문제를 푸는 동안 다른 학생을 1:1로 봐주면서 여러 학생들을 번갈아 지도하는 방식일텐데, 과연 이런 시스템을 '1:1맞춤 학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작 선생님과 1:1로 수업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 시간은 문제만 풀다가 오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게 찾아오는 수포자들의 대다수는 이런 시스템에서 공부하다 실패해서 온다는 것이다.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역량이 출중해서 다양한 학년,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같은 시간, 같은 강의실에 모아 놓고 가르실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셨다면 다행이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슈퍼파워'를 갖추지 못하여  시도조차 할 수 없기에 이 수업 방식을 효과적인 수업방식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가급적이면 동일 학년 동일 수준의 학생들이 모인 강의실에서, 담당 선생님이 수업시간 내내 상주하면서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개념을 이해시키고, 다양한 문제를 함께 경험하면서 수시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인 학원을 선택해야 한다.

 

 

 

 

2. 수업시간이 긴 학원일수록 좋다?

 

"우리 아이는 하루에 5시간 정도씩 공부하는 학원에 다녔어요.

문제도 정말 많이 풀고, 과제물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네요."

 

적당한 수준(3시간 내)이라면 수업시간이 길수록 도움이 된다. 아니 5시간이상 수업을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몇 몇 학원'들은 영리추구를 위해 수업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있다. 학원의 수강료는 각 지역 교육청에서 지정한 '수강료 산정기준'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우리 학원을 관할하고 있는 부천교육지원청의 경우는 '초등보습과정은 1분당 180원', '중등보습과정은 1분당 190원'이다. 다양한 항목으로 수강료를 늘릴 수는 있지만, 나중에 학원 지도 점검시 문제될 것을 우려하여 아예 수업시간을 늘려서 수강료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수강료를 책정하는 학원들이 대다수이다.)

단순히 수업시간을 늘려 수강료를 높게 책정하는 거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전체 수업시간 중 메인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시간보다 대학생 알바 선생님 또는 조교 선생님이 첨삭지도 하시는 시간이 과다하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국 학생들이 자습하는 시간도 수업료에 포함되는 것이고, 적은 인건비를 위해 경력이 짧은 선생님에 의해 지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학원 수업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것이 고스란히 실력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명심하셔야 한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과다한 자습시간이 수업료에 포함되고 있지는 않은지, 개념 설명은 짧게 해주면서 아이 혼자서 문제를 풀어가도록 강의실에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3. "우리 학원은 유명 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이용해서 수업합니다."라고 말하는 학원을 선택할 때, 주의할 점

​

위와 같이 제목을 적고 나니 내 스스로 우리 학원을 깎아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우리 학원을 비롯하여 동영상 강의를 병행하는 학원들에게 과도한 동영상 강의 활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측면도 있다. 서두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요즘은 학원들이 불황을 겪다보니 저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 고육지책 중에 하나가 '동영상 강의를 활용한 수업 진도 관리'이다. 학원 자체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유명 강사를 영입해서 방대한 양의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서 각 캠퍼스(지점)의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인건비가 높은 오프라인 강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고, 양질의 동영상 강의 서비스를 병행해서 학습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미리 강의를 수강(예습)해 오도록 하고, 예습한 내용을 토대로 학원에서 수업 및 관리를 한 다음,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이용해서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곳이 많아졌다는 평가를 듣곤한다.

다만 이런 시스템을 갖춘 학원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감안해야 할 부분은 온라인 강의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이 부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원도 내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 강의를 이용해서 자기주도학습을 병행하고 있지만, 온라인 자기주도학습은 학생들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는 시간낭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다.

내가 학원 신규생을 선발할 때 '성실한 학생'만 고집하는 이유는, 학생 스스로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면서 강의를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를 갖추어야만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온라인 강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학원시스템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유능한 강사의 동영상 강의라고 하더라도 학원 선생님이 애정을 가지고 꼼꼼하게 직접 지도해 주시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없기에, 학원 수업의 핵심은 오프라인 현장강의여야 한다. (참고로 우리 학원은 50분동안 온라인 자기주도학습으로 학습을 하고난 후 100분동안 현장강의를 진행한다. 물론 50분의 온라인강의는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이러닝 시스템 구축을 위해 월 백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가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지 않는 수업에 대해 그 댓가를 받는다는 것이 죄송스러워 온라인 강의 무료제공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 나열한 학원 선택의 기준은 본인이 수포자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선택해 왔던 학원들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으로, 특정 학원이나 학습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함이 전혀 아니다. 우리 학원 역시 위에 열거한 부정적인 기준에 포함될 소지도 있기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

항상 신규생 학부모님과 말씀을 나눌 때  "학원투어를 해보시라."고 말씀드린다. 특정 몇 몇 학원만 가볼게 아니라, 다양한 학원에서 상담받아보고 시스템을 비교해서 결정하시되, 가능하다면 한두 번 정도 청강수업을 해볼 수 있는지도 문의해 보시라고 권한다.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이 모여서 학급을 구성하고, 선생님이 수업시간 내내 강의실을 떠나지 않고 상주하면서 학급 구성원들이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공부하고 개념 설명이나 문제풀이 과정에서 잦은 피드백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서 결정한다면 결코 수강료를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이 매우 이른 시기부터 학원 시스템에 노출되고 그 시스템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서, 자기주도학습 능력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는 고등학교 시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고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대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보고, 자녀가 학원 수업의 필요성을 간절히 요청한다면 그때 학원에 보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학생 스스로의 절박함이 없는 학원수업은 피동적인 학습태도로 이어져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이 글을 보시고, 학원 선택에 있어서 고민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들이 있으시다면 '지역불문'하고 연락주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상담드리겠습니다. 메일로 연락주셔도 좋고, 학원으로 전화 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알아본 학원들은 이런 이런 시스템인데, 어떤 곳을 선택하면 좋을까요?"라는 방식으로 질문을 주시면 효과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본인이 초중등학생 위주로 학습역량을 분석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감안하셔서 이에 해당하는 학생들 위주로 연락을 주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수학학원 선택법, 수포자방지법, 학원선택고민 문의,

EBS중학수학강사 권태운, 전국 수포자상담센터, 사회적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