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재원생들 중에서 석천중학교 제자님들의 수학 시험이 있던 날.

워낙 성실하고 꼼꼼한 제자님들이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어제 늦은 시간까지 직전보충을 하면서 지금까지 풀었던 수많은 문제집들, 특히 난이도가 높은 '쎈수학의 C단계'나 '일품' 문제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검토하도록 했다.

 

 

조금 전, 오후 1시를 전후로 전화벨이 울려댄다.

​

"100점 맞은 것 같아요."

"서술형에서 특별히 감점되는 부분이 없으면 100점이 아닌가 싶네요."

"참 잘 봤습니다. 못보던 문제는 없었네요."

"나눗셈을 반대로 해서 1개 틀렸어요.ㅠㅠ" 등등..

 

거의 모든 아이들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사랑스런 내새끼들 시키는대로 군소리 없이 잘 따라오더니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어와 줘서 고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이 포스팅에서 쓰려고 하는 건 '우리 학원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 더 나아가 '내가 정말 잘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진심이다.

 

 

정말 중요하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오늘 치른 수학 시험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여 출제하신 [부천석천중학교의 수학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다.

 

 

얼마전 <tvn곽승준의 쿨까당>에 중학수학 전문가로 출연하면서 녹화중에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반복되어 왔던 개정 교육과정들은 수포자 양산을 방지하겠다는 명목하에 '쉬운 수학'을 지향한다고 강조하는데, 그것은 수학 교과서를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지 수학 시험을 쉽게 출제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엄청난 심화 문제들이 지필고사에 많이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느 수준에 맞춰 공부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사교육업체인 학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학교에서 교과서 수준으로 시험을 출제한다거나,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을 기반으로 지필고사을 치르게 된다면 사교육의 영향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나는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교육업자이지만, 동시에 EBS에서 강의하고 있는 '공공재'이기도 하여, 어느 한 편에 치우지지 아니하고 객관적인 생각을 견지하고 있었기에 이런 소신을 말했던 것이다.(하지만 제작진께서는 이 발언이 민감한 내용이라고 판단하셨는지 실제 방송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학교 시험을 어렵게 출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

첫째, 수학 시험이 너무 쉬우면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고

둘째, 수학 시험이 쉬우면 변별력이 떨어져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쇄도할 것이고

셋째, 시험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학교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편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학원이 위치해 있는 부천 상동 지역은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이라 할 만큼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도 많고, 부모님들의 기대치도 높다보니 학교들마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데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르는 상황에서 [부천석천중학교의 수학 선생님들]께서는 늘 최적화된 난이도의 문제들로 시험 문제를 출제하시는 것 같다.

이 학교는 2012~13년까지만해도 수학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으나, 그 이후에 출제되는 지필고사 문제의 난이도를 보면 교과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 상태나 시험 준비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문제들 위주로 출제하시는 것 같다. 무조건 쉽다거나, 무조건 어려운 문제들이 아닌 '공부를 한 만큼 성적을 얻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정한 선에서 현명하게 문제를 출제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감히 '학원 강사'주제에 '학교 선생님들의 출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수년간 석천중학교의 시험 문제들을 분석해보면 교육 과정에서 중요하게 제시하는 평가요소를 대부분 반영하여 출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기에 '학교 선생님들께서 문제 하나를 선택하시더라도 참 많이 고민하시고 정성 들여 출제하시는구나'라는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우리 제자님들이 이번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고마운 마음을 담을 목적으로 속보이는 글을 남기는 게 아니라, 수년간 이 학교의 시험지를 보면서 문제의 질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수학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리고 싶었고, 비록 사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수학강사이지만 공교육의 최전선에서 여러모로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부족한 글을 남겨본다.

 

 

부천석천중학교, 석천중학교 수학시험 난이도, 교육과정 평가요소 반영,

EBS중학수학강사, 에듀칼럼니스트 권태운